양면.

2013. 11. 11. 11:00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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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앞에서 내가 쪨 좋아하는 공간에 늘 와서 메이플 라떼를 마신다. 오래도록 여기서 알바하는 귀엽고 착한 알바님이(언니는 아닐거같다..) 언제나 볼때마다 인상이 좋으셔서 괜히 오면 기분좋고 그랬는데. 오늘은 좋은일이:)



여느때처럼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서 마감이 얼마 안남은 일들을 처리하고있는데 이알바님이 "저기 이거 드실래요?" 하면서 사발사이즈(!) 라떼(맞죠?)를 가져다 주셨다. 너무 고마워서 뭐라고 말을해야할지몰라서 바보같이 어버버 하고있는데 센스있게 메이플 시럽까지 챙겨다주셨다. 나 참 메이플라떼 오지게도 마셨구나 했다. 예쁘게 하트가 올라간 라떼잔을 가지고오시면서 원래 연습하고 버리는건데.. 하고 웃으면서 말하시는 알바님이(호칭진짜 애매ㅋㅋㅋㅋ) 너무너무 너무너무 너무너무 좋은사람같이 보여서 완전 추운 날씨에도 맘이 따뜻해졌다.



어제밤에는 잠이들려고 불을 끄자마자 반가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전에 통화가 잘 안된것이 미안하다며 여유가 생겼을때 연락을 준 모양이다. 끊고보니 40분동안 통화를 했는데 불을 끄고 천장에 달린 전등 바라보며 얘기하는게 그렇게 재밌는일인지 몰랐다.



낮에는 또 언제나 언니같은 이해심으로 나를 대해주는 융게에게 진담 80프로 농담 20프로로 "지금 볼래" 라고 했는데 진짜 보자고 해서 너무 들떠서 풀메이크업에 난리를 떨며 부산진으로 갔었다.



서울에서 나를 이틀동안이나 먹여주고 재워주고 마음의 양식까지 든든히 채워주신 흑석동 언니(ㅋㅋㅋ)에게도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고(민폐..) 또 다시한번 감사했다. 부산으로 내려오는길에 새로산 mmmg노트를 보면서 나 정말 복이 많았구나. 몰랐네, 했다.



분명히 서럽고 외로웠지만 언제나 그렇듯 생각지도 못하게 이렇게, 위로를 받고 받고 또 받으면서 어두웠던 것들이 서서히 밝아지는것 같다. 나는 분명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는 말을 의심하고 있다 엄청나게 의심한다. 오늘 어두웠으니 내일은 밝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지치고 지쳐서 더 갈곳없이 난처해질때까지, 온 힘이 다 빠질때까지 어두움만이 나를 잠식하던 시간도 있었다. 아니 그럴때가 정말 많았다. 앞으로도 그런일이 오지 않을꺼라 장담은 못하겠다. 그러니 내일도 오늘처럼, 아니면 오늘보다 더 어두울 수도 있는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삶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이라는거. 당장 내일은 해가 안 뜰지 모르고, 설상가상의 법칙(내가 제조한 법칙) 처럼 좋지않은 소식은 절대 혼자오지 않지만. 무슨 흑장미파 뭐 이런거처럼 무리가 있어서 떼로 몰려오지만. 우르르 와서 한명 다 기진맥진할때까지 쓰러뜨린 다음에 다른곳으로 옮겨가는 것. 그러니 내일이 아니어도, 언제라도 소중한 일들이 또다시 나를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만큼은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게 어떤 형태로든. 온다.



사무치게 외로웠다면 더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될 날이 오고. 서럽도록 울었다면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을 날도 온다. 목도리에 모자에 칭칭 감아도 추운 날이 있었다면, 나시한장에 반바지 걸치고도 덥다고 말할 날도 오고.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 나를 그냥 던져 두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지혜라면 지혜라고 할 것이다. 슬프지 않다면 기쁜 줄도 모를테고, 기뻤다면 슬플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삶이라고 나는 또 마음대로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슴이 뻥 뚫린것 같아도. 내겐 더이상 빛 한 줄기 없을 것 같아도. 그래도 좋은 노래, 좋은 책, 좋은 사람들 생각하며 버텨봅시다. 무너질것같으면 잠시 무너졌다가, 쉬고싶으면 쉬고. 울고싶으면 울다가. 웃을 기회가 오면 보란듯이 있는 힘껏, 아끼지 말고 열심히 웃어봅시다.



세상에 200% 만족스럽고 좋기만 한 삶은 없으니까. 희노애락이라는 단어가 괜히 생겨난게 아니니까. 버틴 만큼 성장하고 성장한 만큼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 어쩌면 지금 이 모든것들이, 나를 폭넓고 깊은 사람, 지혜로운 사람, 아픔이 와도 그때마다 일어났던 사람으로 만들어 줄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떴다.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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