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2013. 12. 18. 17:10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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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을만큼 일이 잘 풀리던 때가 있었다. 내가 한 노력은 10% 정도인 것 같은데 90%의 환희가 따라와서 더할나위없이 행복하고 삶에 감사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참 우습게도 그 순간이 무서웠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많이 행복하면, 분명히 나중에 또 엄청나게 잃을 날이 올거라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하고다니던 게 아니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니까. 


그때 내 생각이 맞았다. 그렇게 수없이 행복하던 나날들이 참 평화롭게도 흘러가던 게 사실은 오늘의 나를 이토록 불안하게 만드는 원초가 되어버린 것이다. 근데 나는 그 때의 내가 옳았음에도 참 어리석다고 말하고 있다. 그럴 줄 알았다면 더욱 더, 그 때를 즐기고 원없이 느꼈어야 했는데 그렇게 좋은 상황에서도 나는 미래를 불안해 하고 있었음이 한탄스러운 것이다. 


고통은 고통이 왔을때 느껴도 충분한 감정인데. 감사와 행복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왔을 때 늘 감사히 소중히 여겨야 한다. 하나씩 둘씩 내게서 앗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사람도 데려가고, 의식도 데려가고, 의지도, 목적의식도, 노력을 최우선시 하던 정신까지도 하나도 남겨두지 않고 모두 다 앗아가버렸다. 오늘도 아침부터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고 병원엘 다녀왔는데 병원에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로 '실수' 를 했는지 레지던트 의사로 보이는 사람이 한참을 혼이 나고 있었고, 웃고 있는 사람, 힘이 빠진 사람, 의식이 없는 사람까지 여러 사람들이 똑같이 생긴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거기서는, 거기서는 .

내가 별볼일 없다고 말하는 나 하나

멀쩡하게 살아서 움직이고 숨쉬고

튼튼한 팔다리로 걷고 휘저으며 다니는 내 몸뚱아리 하나가

무슨 엄청난 무기라도 되는 냥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대체 무슨 어리광을 어디서부터 부려야 할 지도 모를 정도로 삶에대한 진지함이 있었다. 

어쩌면 무엇이든 시작하고 그만두고 변경하고 삭제하고가 가능한 게 우리들이 아닐까

다른사람들 눈에 화려하게 보이는 삶을 살지 못한다고 해서 나 자신을 한탄하고 있기에 죄송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딴 말도안되는 비교를 하고있는 나 자체가 부끄럽지만 

이제는 변명할 거리도 없고 더이상 안좋은 얘기 하기도 싫을 정도로 많이 했다고, 충분하다고 느낀다.

누구한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데드라인을 정할 필요도 없고.

무작정 열심히 라고 외칠 필요도 없고, 그냥 내 마음이 알면 된다.


단 한순간도 나는 내가 하고싶은 것에 대한 열망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내가 넘어야 할 산은 내 꿈이 아니라, 꿈을 위해 밟을 첫 단계일 뿐인데

여기서 여러번 쓰러졌다고 비관만하고 누워있으면 나는 꿈을 위해서 제대로 노력도 한번 못해보고 끝난거나 마찬가지다.


아무도 내게 손가락질 하지 않지만 손가락질 한다해도 기꺼이 받자.

아무도 내게 비웃음 날리지 않지만 비웃는다 해도 기꺼이 받자.

시간이 지나면 증발해버리는 휘발성강한 의식들, 시선들에 내 평생을 걸기에는


그러기엔 나는 아직 몸이 너무 건강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아직 너무나도 해보지 못한것이 많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마지막 생명이 목숨을 거두는 그곳으로 다시 향하면서 

웃음을 잃어버린 입근육에 다시 힘을 주어 본다.

나는 나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 내에서 4번째 역할을 맡고 있고, 친구들이 힘들때 힘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그릇을 가질 필요가 있고

처음만나든 여러번 만나든 나와 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행운은 못가져다 줄 망정 작게나마 행복을 주고싶은 의지가 있다. 불행이 아니라.


이탈을 하든 계속 걸어가든 뒤를 돌아보든 하늘을 날든 뭘 하든 

어쨌든 끝까지 내 인생을 내가 책임져야 하니 

현명하게 생각하자


엎고싶다면 차라리 엎어버리던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게-

어물쩡 어물쩡, 비관만 하고 엎어져 있는 것이야말로 바보같은 짓이다. 

정말 많이 행복했고, 웃었고, 매일이 선물같았던 날들이 그렇게나 길었으니 

그것만큼 아파야 한다. 앞으로도 한참을 더 아파야 한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내일 눈 뜰 생각 할 것

"왜 나한테만" 이런일이 일어나냐 그런 답도없는 의문 날릴 시간에

이 시간들이 당연한 것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이렇게까지 다 빼앗긴 마음으로 살아갈 때에

최선의 마음가짐과 실천방향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고 생각에서 그치지 않게 하자. 


행동하는 자만이 노력운운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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