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9. 18:42ㆍTrip
2019년 여름 혼자서 돌았던 부다페스트. 아침도, 오전도, 오후도, 밤도 그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웃기게도 이제 나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이런 트램 같은 사진으로 여행을 추억하고 있다. 하루는 오후까지 잠을 자다 도나우 강길을 따라 밤에 나와 걷기도 했었다. 20살의 나는 30살 즈음의 내가 동유럽 여행을 하고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 했겠지? 충동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내 삶이 점으로, 선으로 연결되서 어느새 면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 재미가 있다. 10년 후의 나도 기대가 된다.
사람들은 늦은 시간까지도 책을 읽고, 걷고,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부다페스트에서는 사람들이 살고, 잠을 자고 운동을 한다. 세상을 나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다. 부다페스트에서는 도나우 강 바로 옆에있는 호텔에 묵었었는데 저녁이나 아침이나 강을 내려다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이 노란 트램이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좋았다.
교통수단을 언제부터 생각하지 않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2016년 이후 운전을 하게 되면서 부터 인데 여전히 지금도 시간에 맞추어 들어오는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를 바라보다 보면 어린 시절 내가 가고 싶은 곳이면 1시간이든 2시간이든 대중교통을 타고, 뚜벅이로 걷고 하며 다녀오곤 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부다페스트 여행에서도 지하철, 트램, 버스를 타고 걷기도 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쉬거나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표정을 살피기도 했었다. 어느 새 부터 시간을 아껴쓴다는 말이 바쁘게 살아간다는 말로 치환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 가끔은 지금보다 더 느리게 살던 어린시절이 그립기까지 하다. 절약한 시간동안 나는 얼마나 더 생산적인 삶을 살았을까? 반대는 아니었을까!
마지막 사진은 부다페스트를 떠나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해서 탔던 버스. 햇살이 비추는 빛이 예뻐서 사진으로 남겼었다. 이 때 나와 함께 동유럽 여행을 했던 Iphone +8이 사망하고 지금은 SE와 함께 이곳저곳을 찍고 있지만 아무 생각이나 목적 없이 이곳저곳을 찍어두는 습관은 여전하다. 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더 깊어지는 맛이 있다. 별 것 아닌 사진 하나하나에도 나의 생각이나 셔터를 누르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