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

2013. 7. 15. 23:40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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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9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어린 왕자』에 보면 외로움에 지친 어린 왕자와 여우가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다독여 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지만 서로에게 급하게 다가서지 않는다. 네가 필요하다고, 곁에 있어 달라고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인사를 하고 약속을 하며, 서서히 서로에 대해 길들여질 뿐이다. 원하는 마음은 그대로 남겨 둔 채, 적당히 떨어져서 서로를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던진 한마디.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그리움의 간격은 결국 행복의 간격이 아닐까.








p234 삶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나무를 표현함에 있어 흔히 '정중동' 이라는 말을 쓴다. 겉으론 움직임 하나 없이 고요하지만 안으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행한다는 말이다. 맞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무는 세상 그 누구보다 바쁘게 쉼 없이 움직인다.  ... 그 어떤 생산 활동도 하지 않고 전원 스위치를 내린 나무가 해거리에 하는 게 있따면 오직 하나 휴식이다. 옆 나무가 열매를 맺건 말건 개의치 않고 쉴 때는 정말 확실하게 쉬기만 한다. 그리고 일 년 간의 긴 휴식이 끝난 다음 해에 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실한 열매를 맺는다. ... 삶에서 진정한 휴식은 흔히 생각하듯 놀고 먹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해 반성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휴식이다. 








p248 버려야만 더 큰 것을 얻는다

 솔직히 나는 거기서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천문학자가 되지 못한다는 억울함은 그만큼 컸고, 그 억울함을 버리지 못해 오랫동안 방황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때는 몰랐었다. 그것이 단지 떨쳐 버려야 할 것에 대한 내 집착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는 현실일수록 과감히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 버리는 것의 고통은 분명 크다. 솔직한 말로 버리기 이전에,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부터가 힘이 든다. ... 집착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면, 그래서 어차피 버려야 할 것이라면, 버리는 순간만큼은 나무처럼 모질고 냉정해야 한다. 그렇게 어떤 미련도 남지 않았을 때, 겨울을 넘긴 봄 나무가 그러하듯 비로소 나 자신을 더 크고 풍성하게 키워갈 수 있다. 버리고 비워 내는 만큼 비로소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 포기하는 삶이,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삶이 때론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곱씹어 보련다








P265 나무에 대한 예의 중

나무에게 땅에 묶여 평생을 사는 게 숙명이라면, 뿌리를 내린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은 운명이다. 나무란 놈은 워낙에 그걸 잘 알고 있는지 일단 뿌리를 내리고 나면 주변의 환경에 강하게 맞선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어도, 이 땅 어느 생명보다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거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나무는 결코 자기 삶에 느슨한 법이 없다.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 곧게 펴져 있던 몸이 어느 순간 제 수형을 벗어나 휘어 간다고 생각해 보라. 한 곳에서 평생을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몸마저 그렇듯 꺾어 가며 살아야 하는 현실. 나 같으면 도저히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게 바로 사람인 것 같다. 제 두 발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생각한대로 행할 수 있고,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게 바로 사람 아닌가. 그러나 사람들은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마치 숙명인 양 체념해버린다. 그리곤 그 탓을 주위로 돌리며 이렇게 말한다

 "도저히 어쩔 수 없어. 이건 내 힘으론 불가능한 일이야." 

 뭔가 일이 안 풀리면 어떻게든 풀어 보겠다는 의지를 세우기 전에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나무를 보라고 얘기해 준다. 그러니 맘먹은 것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라. 그것이야말로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우종영 박사,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 중 곳곳 (특히 뒷부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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