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3. 08:35ㆍTrip
중앙동 산업은행에 가서 한달여동안 나랑 씨름하던(?) 일을 마치고
속이 조금은 편해져서 용두산공원 가는 길쪽으로 해서 광복동 좀 걷다왔다
3시까지 벡스코에 가야해서 집에가기도, 학교가기도 애매한 시간이었기엥
나는 오늘이 목요일이고, 나는 오늘이 9월 12일이고 나는 오늘이 오늘인데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이 특별한 날인 것 같았던 광복동.
서울에서 여행와서 호떡을 들고 신기하게 사진찍고 있는 사람들 표정을 보니 나도 관광객이 된 것 같았고
학교를 땡땡이쳤는지 교복입고 깔깔 돌아다니는 이쁜 고딩들을 보니 나도 고딩이 된거같았고
그 수많은 사람들의 미소를 뒤로하고 힘겹게 뭔가를 열심히 나르는 성실맨을 보니 웬지 나도 열심히 일 해야할것만 같았다
어릴 때 한번 갔던 할매 국수집을 지나면서 여긴 오래되면 될수록 더 사람들이 많이오는구나 했고
골목골목 놓치고싶지 않은 곳들을 볼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싶어 손가락이 꼼지락거렸지만
노트북이며 이것저것 짐도 많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내 머리속에 아직도 선명한 장면들-
버블티를 먹을까 하다가 거기 가서 콘센트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관두고
처음가보는곳에 들어갔다. 언제나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는 까페라 낯설진 않았지만
웬지 여기라면 콘센트도 있고 와이파이도 잡히고 조용히 글 쓸수 있을거같다는 생각에
바닐라라떼는 언제나 달고 좋다
달달한게 좋다
친구들이나 다른사람들하고 갈 때면 나도 분위기타서 아메리카노~ 외치지만
사실 나는 바닐라라떼조차 '즐겁게' 마시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을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휘핑크림이 잔뜩 있는 카페 모카로부터 시작해 바닐라라떼까지 왔다
혹자는 그거나 그거나 그러겠지만 나한테는 엄청난 진보다
휘핑없는 커피를 '맛있다' 며 마시다닝
까페 알리, 여기 바닐라라떼 무지 달당
카라멜 시럽도 약간 들어간거같다
안넣었다하면 할말없다
배째랍 배째배째
생각보다 낡은 까페였다
잡지는 2011년산이었고
유행이 지난건지 돌아올건지 알수없는 패션이 잔뜩 있는 신기한 잡지도 있었다
2층이 흡연석인줄 모르고 들어갔다가(아무도없어서) 담배냄새에 켁켁 거리며 뛰쳐나왔고
3층에도 자리 있어요~ 라고 귀엽게 써논거보고 3층으로 가따
내가 3층을 차지하는동안 단 한사람도 오지 않았는데,
아래 두 층에는 말소리 웃음소리 북적북적 했다
반전이라고 할 것 같으면
콘센트도 있고
조용히 글도 쓸수 있을것같았지만
와이파이가 잘 안터졌다
난 인터넷이 필요했고
그래서
망했지 머
ㅋㅋㅋ
책 좀 읽다가 정리해서 쓰다가 하다보니까 시간이 다 되어서 5-1 타고 해운대로 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오늘이었다
알리를 떠나 벡스코에서 이런저런 얘기
이런저런 질문들 듣고
나도 질문 좀 하다가
"언니 들어오면 제가 손 흔들게요~" 하고 귀엽게 카톡보낸 동생이랑
근처에서 얘기좀 하면서 또 여러가지.
어른이 되면 뭐든 다 할수 있을거라 믿었던 어린시절의 내가 얼마나 패기로웠는지 요즘 많이 느낀다
어른이 되면 될수록
더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나는것만 같단 생각은 내 편견인가
어렸을 때는
눈치도 없었고
기타 능력적인 면에서 가진것이 정말 없었지만
그래도 했던거같다
못해도 하고
결과도 별로 안중요하고
그냥 하는거지 뭐
말도안되게 "하면 되지" 하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던거같고.
실제로 하면 되지 해서 했던 일중에 후회하는 일도 없고.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는것인가 없는것인가 따지지도 않았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만큼은 추호도 한 적이 없었더랬다
그런데도 나는
어른이 되면 그때보다 더 많은 일을
잘 할수 있게 될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어느새 나는 어른이 되 있고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되었고
책임을 져야 할거같단 생각도 하고
그때보다 많은 것들을 준비한 채로 있는데도.
ㅎㅎ
기운 차리자
지금은
내가 잘 할수 있고 없고
그런걸 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즐겁게 임해야 하고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내게 부담을 주는게 아니라,
그런게 아니라.
정말 잘 되기를 바라고
바라고
바란다는 사실을
잊지말고.
감사하고.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이제까지 내가 들어왔던 응원들이 수포가 되 버릴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나넹
힘내자 기묘
어른이라서 다 할줄 알아야 되는건 아니라는거 알았으면 됐다
어깨 가볍게 하고
어린이나 어른이나 그냥 지칭하는 명사 이름이 달라졌을 뿐이지
나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나다
그러니 겁부터 먹지말고
그때처럼
무모하게
즐겁자